본문 바로가기
시집 한 권

기형도 전집, 기형도 읽고 느끼다

by ☆★○☆★ 2020. 8. 24.

 

내가 대학 시절 시를 읽고 쓰고 공부하면서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기형도 시인을 만난 것이다. 기형도 시인이 남긴 시는 거의 다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형도 전집을 처음 봤을 때는 정말 기뻤다. 책 한권이 뭐라고 나는 그렇게 기뻐했다. 가격도 안 보고 샀다. 내 대학 시절 내내 기형도가 있었고 그래서 나는 참 좋았다.

 

기형도 전집
국내도서
저자 : 기형도
출판 : 문학과지성사 1999.03.02
상세보기

기형도 전집

기형도의 시집, 입 속의 검은잎은 너무나도 유명한 시집이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나 유명한 시집은 아닌 것 같다. 기형도 시인은 1979년 연세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1980년에 대학문학상 박영준 문학상에 "영하의 바람"으로 가작에 입선하면서 데뷔를 했다. 이후 꾸준하게 시를 쓰며 살았다. 기형도의 생애를 읽어 보면 그는 신문기사를 했으며 뇌졸중이었다. 1989년 3월 7일이었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나는 처음 이 행을 읽고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어찌 이렇게 문장 하나로 슬픔을 그릴 수 있는지 놀랐다. 별거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 글을 쓰는 사람은 이별의 슬픔을 너무도 참으며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빈집이라는 시에 나오는 첫 구절이다. 이별을 하면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런 것들을 한번 생각이나 해 본적이 있는가. 우리는 이별은 이별이라고 생각하지 우리가 이별의 순간 그리고 그 후 어디를 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인의 공간은 다르다. 시인은 이별 후 인사를 하고 공간을 만들어 그곳으로 들어간다. 나는 이런 시인의 시선이 정말이지 신선했고, 이후 그의 시에 빠져들게 되었다.

 

질투는 나의 힘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트리리. 이 시의 제목은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영화 감독이 기형도의 이 시를 읽고 영감을 받았을 것이다. 이 시는 엄청난 시다. 그리고 훗날 많은 시인들에게 영감을 준 것이 분명하다. 나는 이 시에 숨어 있는 함묵적인 비밀들을 보고 싶다.

 

나의 생은 미친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였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대학 시절 내내 내 머릿 속에 있었던 글귀다. 그리고 아직도 가끔 떠오른다. 김수영의 봄밤과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 그리고 빈집을 통째로 외우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시에 미쳐서 마치 내가 진짜 시인이라도 되는 듯이 살았다. 연화 마을 그곳에서.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