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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수영
그러니까 2004년쯤이었을 것이다. 필자는 한참을 시에 빠져 있었다. 시가 있는 세상이 내 세상 같았고 시를 쓰는 내가 뭔가 있어 보였다. 시가 마냥 좋았고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김수영 전집을 샀다. 시를 좋아하거나 시를 쓰거나 시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김수영을 알 것이다. 마치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 모래시계를 하는 것과 같다. 김수영 시인은 한국의 시 역사에 빠질 수 없는 사람이다.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필자가 꼽는 김수영의 최고의 시는 바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다. 필자는 이 시를 읽고 인간이 인간에 대한 고뇌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 시의 첫행은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다. 필부라는 단어가 있다. 평범한 사람을 의미한다. 우리네 평범한 사람은 조그만 일에 분개한다. 더 큰 문제에 대하여 분개하지 못하고 조그만 일에만 분개한다. 누가 이렇게 문장 하나로 자신을 비난할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화를 낸다. 그러나 그 문제가 어떤 것인가에 따라 다른 행동을 취한다. 자신이 더 큰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과 공감을 함께 하는 일에 대해 화를 내지 못하고 너무나 사소한 일에 화를 내는 것을 자각하고 쓴 것이다.
나도 반성하고 싶다
이 시를 읽으면 그리고 시 전집을 읽고 나면 한번쯤 자조적인 생각에 빠져 들게 된다. 사람 김수영은 시인 김수영은 필부였을까. 이 시를 읽은 나는 필부일까. 반성하는 사람은 필부일까. 자신을 비판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 김수영
김수영은 192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8남매의 장남으로 호제보통학교 6학년 때 뇌막염을 앓아 학교를 그만두었다. 일본에서 유학을 했으며 미8군 통역사로 일했으며 영어교사와 평화신문사 등 다양한 곳에서 일했다. 1956년부터는 집에서 시창작에만 몰두했다. 안타깝게도 47세에 집 앞 거리에서 버스에 치여 다음날 숨지고 말았다. 주로 현실 비판 의식과 저항정신으로 참여시를 썼다.
김수영 전집
이 책은 사후 50주년을 기념하여 이영준 교수가 새로 엮은 책이다. 22편의 산문과 21편의 일기 그리고 1편의 편지등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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