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나차
조금은 특별해 보이면서도 매력적인 이름이다. 새로운 시인이 등장했다. 소설가는 소설 작품으로 말하고, 가수는 노래로 말하고, 배우는 연기로 말한다. 물론 시인은 시로 말한다.
시를 쓰려고 일을 시작했다가 시를 쓰려고 그만두었다고
아이러니한 인생이다. 시를 쓰려고 일을 했으나 시는 먹고 살고자 하는 글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못 벌어 먹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또 그렇다고 맛있는 밥을 배불리 먹여 주지도 못한다. 밥 벌어 먹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 시를 쓰려거든 또 일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차 시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열린 지붕으로 붉은 달빛이 들면
하루도 자라지 않은 듯 투명하고 무의미한 맛이 났어. 알록달록 엉겨붙은 나는 어느 날 끼워맞춰진 말장난 같았어.
다음과 같은 책소개로 시작한다.
어린 시절의 강한 자의식과 섬세한 감성은 그대로인 채
연약한 피부도 다 갖추지 못하고 자라난 어른들에게,
지붕이 없어 별빛과 빗발이 같이 드는 집에 살듯이
자신을 겨우 감추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상의 단맛으로 하루를 위안해 본 이들에게,
수더분한 환상과 달뜬 현실의 틈새에서 들려주는 서른 개의 짧은 이야기.
환상과 현실의 간극은 얼마나 될까. 이 시집 한권으로 그 간극에 있는 공간을 확인할 수 있을 터인가.
반응형
'시집 한 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형도 전집, 기형도 읽고 느끼다 (0) | 2020.08.24 |
---|---|
나태주 시인, 틀렸다 시집, 틀렸다가 주는 여운 (0) | 2020.08.23 |
작은시집, 애로백색 (0) | 2020.07.18 |
손택수 시인의 목련 전차를 타고 가는 시간 (0) | 2020.06.07 |
함민복 시인의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을 읽고 (0) | 2020.06.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