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글쓰는 데 이게 무슨 말인가 싶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그 순서가 힘을 만들고 그 힘이 길을 만드는 것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문장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이 문장을 만드는 작업을 꾸준하게 해 나가다 보면 결국 장문도 만들고 그 장문이 좋은 글이 되는 것이다.
나는 오늘 엄마가 사과를 사주셨다.
위 예를 자세히 읽어 보면 조금 어색한 게 보일 것이다. 처음 읽을 때는 그 어색함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런데 몇 번 읽어보면 약간 이상한 것이 보일 것이다. '나는'과 짝을 이루어야 할 서술어가 없다. 좀 길게 본다면 '사과를 주셨다'가 서술어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나와 호응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호응을 하는 것이다.
결국 나와 호응하는 서술어가 없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실제 쓰지 않는 문장은 아니다. 하지만 틀린 문장임은 분명하다. 서둘러 쓰다보면 이런 호응의 오류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문장으로 수정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나와 호응을 하는 서술어를 써 주면 된다.
나는 오늘 엄마한테 사과를 받았다.
이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위 수정한 글에서 '나는'과 호응하는 서술어는 '받았다'가 되었다. 따라서 사과를 받았는다는 사실을 적시하는 알맞은 글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예를 든 문장은 완전히 틀린 것일까? 우리가 실제 사용하는 문장이라는 의미는 나 뒤에 붙은 '는'이 목적어에 붙은 조사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은과 는은 주어뿐만 아니라 목적어나 부사에도 붙는다.
어떻게 하면 주어와 서술어가 잘 어울리는지 판단할 수 있을까?
방법은 이렇다. 첫째, 주어와 서술어만 남겨 놓고 쓸데없는 말을 모조리 뺴 본다. 둘째로 주어가 무엇이 어찌한다 무엇이 어떠하다 무엇이 무엇이다 중에서 어떤 형태로 문장을 충족시키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에 해당하지 않는 형태의 문장은 고쳐 준다. 셋째로 부사어의 성격이 가한 주어는 아예 확실하게 부사어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부사어가 들어갈 때에는 그 구나 절의 주어가 전체 주어와 일치하면서 전체 술어와 호응을 이루어야 한다.
'글쓰기 지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막내삼촌일까? 막냇삼촌일까? 올바른 표기 (0) | 2020.10.04 |
---|---|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시인 김선우의 시집을 읽으며 (0) | 2020.06.06 |
글쓰기, 이것부터 시작하라. (0) | 2020.05.02 |
외래어 표기의 기본 원칙 feat. 한국어 맞춤법 강좌 (0) | 2020.05.01 |
댓글